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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성용의 치과칼럼] “혀를 많이 움직이세요, 치아가 행복해합니다”

    • 김성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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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9-03-14 09: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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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수정 2019-04-11 11:17
▲김성용 e해박난치과 원장.

[김성용의 치과칼럼]해거름에 홑옷을 입고 산책을 갈 만큼 날이 아주 따뜻해졌습니다.

겨우내 굳은 몸을 움직여야 또 한 해를 건강히 보낼 수 있기에 주말마다 열심히 돌아다니려 계획을 짜는데 미세먼지가 심한 모양입니다.

봄이라 예로부터 황사가 기승이었고 한창 아파트 지을 그때보다 먼지가 더 많으랴 싶지만, 그래도 미세먼지는 또 다르기에 길 가다 마스크도 없이 입 벌리고 가는 사람들을 보면 안타깝습니다.

적어도 입은 다물고 다녀야 합니다.

이를 꽉 물라는 게 아니고 그건 오히려 피하셔야 합니다. 입술만 다물고 이는 약간 떠 있어야 합니다. 정 힘드시면 혀를 입천장에 대거나 혀를 물고 입술을 다물면 됩니다.

그러면 세균이 살기 힘든 환경이 돼 상처도 잘 아물고 항상성을 유지하기 쉬워집니다.

침이 가장 좋은 치약이고 혀가 가장 좋은 칫솔이라는 말이 있습니다.

매번 뭐 먹을 때마다 양치하시기 힘들잖아요? 그럴 땐 혀로 입안을 구석구석 어루만져 주시면 좋습니다. 혀가 닦아내고 침이 돌면서 흐르는 물속에 있는 것처럼 씻어내고 중화시켜주어 세균들이 살기 힘든 환경으로 만듭니다. 입안에는 세균들이 아주 많이 살고 있거든요.

풍치도 그렇고 충치도 그렇고 다 이 세균 때문에 생기는 겁니다.

풍치는 이와 잇몸의 경계가 또 세균들이 살기 좋은 곳이라 번성해 산소를 싫어하는 혐기성 세균들이 우리 몸 안으로 들어오려고 하면서 면역세포와 전쟁이 발발하면 붓고 아프고 풍치가 되는 거고요.

충치는 치아 사이사이에 혹은 교합면 울퉁불퉁한 골짜기에 세균들이 이라크 반군처럼 구석구석에 파먹고 들어가 동굴 속 지하세계를 만드는 거죠. 아이언맨이 처음 갇혀서 죽을 고비를 넘기며 탈출한 동굴처럼 생각보다 깊습니다. 서로 연결돼 커다란 방을 만들기도 하죠.

가끔 제가 설명할 때 영화 ‘매트릭스’에 나오는 사이온 같은 곳이라고 설명하는데 세균들 입장에선 정말 힘든 환경을 뚫고 들어가 만든 천국 같은 곳이 치아 속 충치랑 비슷합니다.

결국, 기계들이 쳐들어와 인류가 멸망하는 시나리오를 반복하게 되는 영화처럼 이 세균들의 천국도 커다란 소리가 나는 무서운 기계가 들어와 남김없이 사라지면서 무균상태가 되는데 어떻게 보면 이처럼 인간과 세균은 참 닮아 있는 것 같습니다.

아무튼 건강관리는 세균 관리라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밖에 나갔다 들어오거나 감기 걸리면 손발 자주 씻으라고 하는 게 다 세균 때문입니다.

스케일링도 입안의 세균을 관리하는 겁니다. 세균 숫자를 줄이는 거죠.

스케일링했다고 아무것도 안 하시면 금방 복구됩니다. 한 보름이면 다시 예전으로 돌아갑니다. 열심히 양치하고 관리하면 3개월에서 적어도 6개월이 돼야 다시 세균들이 그 군세를 회복해 호시탐탐 우리 몸속으로 영역을 확대하려고 합니다.

그러면 면역세포들은 이 세균들을 막아야 하고 잦은 전투가 벌어집니다. 우리 몸은 전신적으로 컨디션이 떨어지고 쉽게 피곤해지며 이런저런 일이 겹치고 회복마저 못 하면 염증이 생겨 뼈가 조금씩 없어지겠죠.

그러기 전에 스케일링해서 이 세균들의 보급기지와 전진기지인 치석들을 없애주는 게 좋습니다. 세균수가 줄어 침입을 막느라고 에너지를 투자 안 해도 되니 몸도 개운해지고 컨디션이 좋아집니다.

잇몸에서 종종 피가 난다고 하시는 분은 6~9개월 정도에 한 번씩 스케일링하시는걸 추천합니다.

“와~ 저 친구는 양치도 잘 안 하는데 충치도 없고 이가 좋아. 세상은 불공평하네” 하시는 분 꼭 있습니다.

유전적으로 뭐가 달라도 다릅니다. 치아의 성분이나 생김새, 모양, 배열, 습관, 저작방식 등 전 세계 사람 수만큼 다릅니다.

침의 성분도 다릅니다. 어떤 사람은 거품이 많이 나서 세정작용이 뛰어나고 어떤 사람은 침이 너무 많이 나와 급류에 휩쓸려 가듯 세균들을 씻어냅니다.

점도가 높아서 오히려 세정에 불리한 분도 계시고 알칼리성인 타액 성분으로 부식으로 인한 충치가 잘 안 생기는 분도 있습니다. 혀가 큰 분도 있죠. 혀가 길어 사랑니까지 구석구석 닦을 수 있는 분도 있고 아랫니 볼까지 쉽게 닿는 분도 있습니다.

혀나 침이나 생김새나 턱을 바꿀 순 없습니다. 생긴 대로 사는 겁니다. 팔자죠. 그래도 좀 덜 씹고, 덜 물고, 덜 벌리면 좀 낫습니다.

우리 몸을 거대한 우주선이라고 하면 피부는 보호막 같은 겁니다. 효율적으로 몸 구석구석을 외부로부터 차단해 몸 안의 항상성을 유지하게 도와줍니다.

이 피부가 덮지 못하는 곳들이 있는데 눈, 코, 귀, 입, 항문 같은 구멍들 입니다. 몸 안과 밖을 연결하는 곳이죠.

예로부터 나라의 관문이 되는 항구도시는 거칠고 험한 곳이었습니다. 항상 우리 몸의 관문인 이 구멍들에서 문제가 생깁니다.

가장 흔한 병인 감기, 즉 상기도 감염도 관문에서 생기는 일이죠.

입이 가장 큰 구멍입니다. 우리 몸을 집이라고 한다면 현관문인 셈입니다. 쪽문이 있는 현관의 신발 벗는 곳 같은 거죠.

이게 참 몸 안인지 몸 밖인지 애매한 곳이기도 합니다.

이곳이 집안이 되면 집에 먼지가 들어오기 힘듭니다. 항상 문을 닫고 다니고 쓸고 닦고 신발 털어주고 가지런히 정돈하면 예쁘고 관리하기 편하고 집안에 먼지도 없습니다.

문을 열어놓으면 마당 모래 먼지가 다 들어와 지저분해집니다. 고향 시골집에선 귀뚜라미도 가끔 들어옵니다. 쪽문만 열어도 집 밖이 되어버리겠죠. 현관의 존재가치가 없어집니다. 조물주가 참 절묘하게 만들어 놓았습니다.

최대한 코로 숨을 쉬시고 용불용설이라고 또 쓰다 보면 코가 편해집니다.

입 닫고 살려다 보니 코로만 숨을 쉬어야 하고 입 얘기만 하는 줄 알았더니 이번엔 또 코야? 라고 또 다른 숙제를 내드린 것 같아 맘이 편치 않지만, 잘하는 일 적임자가 그 일만 하는 게 가장 효율적인 것처럼 장기들도 자기 할 일 맞춰서 제 할 일만 하는 게 제일 좋습니다.

자주자주 입 안 혀로 닦아주시고 이들 어루만져주세요. 혀가 일하는 만큼 치아들이 행복해합니다.

※ 외부 필자의 칼럼은 본지의 편집 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김성용 기자 |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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